
법원은 친모에게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단순한 처벌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방임’을 묻고 있다.
중학생을 남겨두고 떠난 가족 — ‘유기·방임’ 판결이 남긴 사회적 과제
중학생 아들만 남겨둔 채 다른 자녀들과 이사한 뒤 연락까지 끊은 40대 친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5단독 강건우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사건은 단순한 가정사나 일탈이 아니다. 이는 빈곤·돌봄 공백·아동 보호 체계의 한계가 맞물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다.
1. 사건의 전말: ‘사흘간 방치된 아이’
1-1. 무엇이 있었나
A씨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단독주택 2층에 세 들어 살다가 지난 3월 25일, 중학생 아들 B군(16)을 그 집에 남겨둔 채 딸 3명과 함께 다른곳으로 이사했다. 사전에 이사내용도 알려주지 않았고 심지어 집주인에게는 아이를 내보내라는 문자를 남겨두기도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B군이 남겨진 집은 난방이 끊겼고, 아이는 3일 동안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한 채 홀로 생활했다. B군은 우연히 집주인에게 발견돼 경찰에 인계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 보호자 없이 미성년자 단독 방치 · 난방 중단 및 생계 단절 · 외부 연락 차단 상태 지속
2. 법원이 본 이 사건의 본질
2-1. 적용된 죄명: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이 사건에 적용된 죄목은 아동복지법 제17조(아동의 유기·방임 금지)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보호자에게 신체적·정서적·생계적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2-2. 법원의 양형 이유
강건우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범행 경위와 사후 정황 등에 비춰 죄책을 가볍게 볼 수 없고, 비난 가능성 역시 상당하다.”
“다만 피고인이 다른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점, 장기간 생활고에 시달린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
즉,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은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택했다.
3.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3-1. 빈곤과 돌봄의 사각지대
아동 방임 사건 상당수는 의도적인 악의보다는 극심한 경제적 압박과 돌봄 역량 붕괴에서 발생한다.
- 한부모·다자녀 가정의 과중한 생계 부담
- 주거 불안정과 빈번한 이사
- 공적 돌봄 서비스 접근 한계
3-2. “말하지 않는 아이들”
특히 중·고등학생은 어린 아동에 비해 “혼자 버틸 수 있다”는 오해 속에 위험 신호를 놓치기 쉽다.
“청소년 방임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학교·이웃·지자체 중 어느 한 곳만 놓쳐도 아이들은 고립됩니다.”
4.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
4-1. 조기 발견 체계 강화
- 학교 결식·결석·이상 징후 실시간 공유
- 전기·가스·수도 중단 가구 정보 연계
- 아동 보호 전담 공무원 확충
4-2. ‘처벌 이전’의 개입
형사처벌은 최후의 수단이다. 사건 이전에 개입할 수 있는 체계가 핵심이다.
| 주체 | 역할 |
|---|---|
| 지자체 | 위기 가정 선제 방문·지원 |
| 학교 | 생활 관찰·즉각 신고 |
| 복지기관 | 경제·심리 통합 지원 |
5. 학교와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
5-1. 학교는 ‘마지막 안전망’
담임교사와 상담교사는 아동 방임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 급격한 위생·생활 변화
- 지속적인 무기력·결식
- 주거 관련 불안 발언
5-2. 이웃의 역할
이번 사건 역시 집주인의 발견으로 드러났다. 아동 보호는 제도 이전에 사회적 감수성에서 시작된다.
6. 예방을 위한 제도적 대안
6-1. 아동 방임 위험 지수 도입
복지·교육·주거 데이터를 결합한 아동 방임 위험 지수를 통해 고위험 가정을 사전에 관리할 필요가 있다.
6-2. 부모 지원 정책 병행
- 위기 부모 심리 상담
- 생계·주거 긴급 지원
- 부모 교육 의무화
7. 이 판결이 우리에게 묻는 것
이번 판결은 “누가 잘못했는가”만을 묻지 않는다. 우리는 이 아이를 왜 더 빨리 발견하지 못했는가를 되묻는다.
아동 방임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구조적 문제다.
8. 결론: 처벌보다 중요한 것
법은 A씨를 처벌했다. 그러나 진정한 해답은 다음 아이가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이 한 명이 사흘 동안 굶고 떨었다는 사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지자체·학교·이웃 모두의 역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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