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고분 훼손 논란 — 관광 매너의 민낯과 올바른 여행의 품격
1. APEC 정상회의 앞둔 경주, 세계의 시선이 향한 부끄러운 장면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천년 고도의 역사와 유산을 품은 도시 경주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최근 한 장의 사진이 국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사진 속에는, 어린아이가 신라 고분 위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고, 그 아래에서는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이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가족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우리 사회의 문화 의식과 관광 매너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2. 신라의 숨결이 깃든 경주 고분, 그 의미부터 다시 봐야 한다
경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 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붕 없는 박물관”입니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대릉원 등 수많은 유적이 도심 곳곳에 존재하며, 그중에서도 신라 시대의 무덤인 고분(古墳)은 경주의 상징적인 문화재입니다. 이 고분들은 단순한 흙 언덕이 아니라, 왕과 귀족들의 무덤이자 역사적 유산으로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는 중요 문화재입니다.
예를 들어, 선덕여왕릉은 지름 약 23.6m, 높이 6.8m의 봉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에는 석실과 유골함, 장례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무덤 위에 올라서 포즈를 취하는 것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문화재의 손상과 모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입니다.
3. 문화재보호법과 법적 책임 — “모르는 게 죄가 된다”
문화재보호법 제101조는 명확히 규정합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 또는 관리행위를 방해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즉, 고분 위에 오르는 행위는 단순한 관광객의 호기심이 아니라 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행위입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그냥 흙 언덕 아닌가요?” “사진 한 장 찍는 게 뭐가 문제예요?” 라는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문화재 인식 부재, 관광 예절 교육 부재가 이런 사태를 낳은 것입니다.
4. 관광객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예절 5가지
문화재 관람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존중’입니다. 다음은 경주뿐 아니라 모든 유적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예절입니다.
예절 항목 | 설명 |
---|---|
① 정해진 관람로만 이동 | 관람로 외 지역은 훼손 위험이 높으며, 법적으로 접근 금지 구역입니다. |
② 고분 봉분 위 출입 금지 | 봉토의 침식, 유물층 손상, 복원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
③ 쓰레기·흡연 절대 금지 | 문화재는 공공의 자산입니다. 관리 비용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됩니다. |
④ 큰 소리·음악 자제 | 다른 관광객의 관람권을 침해합니다. |
⑤ 역사적 의미 사전 학습 | 단순한 사진보다 감동이 깊어지고, 행동의 품격이 달라집니다. |
5. 관광 매너, 단순한 예의가 아닌 ‘시민의 품격’이다
관광 매너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준을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면, 문화의식도 그에 걸맞아야 합니다. 관광지는 우리의 얼굴이며, 외국인 방문객이 보는 한국의 첫인상입니다. 고분 위에 올라 사진을 찍는 장면이 해외에 전해졌을 때, 그것은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관광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과거와의 대화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자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우리가 잠깐의 사진을 위해 문화를 훼손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6. 올바른 관광의 기준 — 지식보다 ‘존중의 태도’
관광의 품격은 지식의 양보다 태도의 깊이에서 비롯됩니다. 여행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배우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올바른 관광이란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 ✅ 방문 전 해당 유적의 의미를 미리 공부하기
- ✅ 허용된 구역 외엔 접근하지 않기
- ✅ 어린 자녀에게 올바른 문화 태도 가르치기
- ✅ 유적지에서 SNS용 과시행동 자제
- ✅ 관람 후엔 고요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떠나기
결국 관광은 타인의 역사와 공간에 잠시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그만큼 ‘존중’이 핵심입니다.
7. 관광객이 아니라 ‘문화의 시민’으로
이번 경주 고분 훼손 사건은 부끄럽지만 동시에 귀한 경고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몰라서 그랬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관광대국이자 문화강국으로 도약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 출발은 거창한 제도보다 한 사람의 의식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고분 위를 밟는 발걸음 하나가 수천 년의 역사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관광의 품격은 발끝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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