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에 도착하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그전까진 어디서도 나를 찾지 않았거든요.”
진호(가명, 18세)의 이 한마디는 그 어떤 통계보다 뼈아프다. 제도는 있었지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없었다. 자료집 속 순환
구조와 숫자들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많은 청소년이 제도 밖에서 외롭게 서 있다.
이 글은 숫자가 아닌 목소리, 정책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기록이다. 우리는 한 청소년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까지
어떤 기다림과 단절을 겪는지, 그 현장의 온도차를 살펴보려 한다.
1. 학교 밖 청소년, 통계보다 더 중요한 현실
2. 2025년 지원 정책 요약
3. 현장 사례로 보는 제도의 실효성
4. 전문가가 말하는 제도 개선 방향
5. 필자의 시선 – 손 내밀지 않는 손길은 없다
1. 학교 밖 청소년, 통계보다 더 중요한 현실
'38만 명'. 2024년 말 기준으로 집계된 우리나라 학교 밖 청소년 수치다. 하지만 이 숫자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그 숫자 너머엔,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들의 얼굴이 있다.
필자는 한 상담사의 소개로 중학교를 그만두고 2년 가까이 방 안에 머물던 소년을 만났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던 그는,
정작 필요한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제도는 있었지만, 그 아이에게 먼저 다가간 이는 없었다. 그는 말한다.
“정보는 있었지만, 방법은 없었어요.”
이러한 간극은 단순한 접근성 문제를 넘어선다. 정보 전달의 방식, 제도 홍보의 언어, 청소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신호가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수치보다 생생한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2025년 지원 정책 요약
2025년의 학교 밖 청소년 정책은 겉으로 보기엔 꽤 체계적이다. 건강검진부터 진로 체험까지, 항목만 놓고 보면 다 갖춰져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존재함'이 아니라 '도달함'이다. 제도는 있어도,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으면 그것은 풍경일 뿐이다.
- 건강검진: 청소년을 위한 연 1회 무료 건강검진, 정신건강 평가 포함
- 심리상담: 전문 상담 인력 연계, 정서적 회복 지원
- 검정고시 대비: 교재·강의·모의시험 제공, 학습 복귀를 위한 디딤돌
- 자립지원금: 월 30만 원 내외, 자립 기반 마련
- 진로체험: IT, 디자인, 요리 등 현장 체험형 교육 제공
- 쉼터 연계: 위기 청소년 보호 및 단기 주거 지원
- 24시간 청소년전화 1388 운영: 위기 시 긴급 연결 가능
정책의 구조는 발굴 – 상담 – 학업 – 자립이라는 이상적인 흐름을 제시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실제 삶 속에서 작동하려면
‘접근’과 ‘지속’이라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먼저 손을 놓은 건 아닐까.
제도의 목적이 단순한 '제공'이 아닌 '도달'이라면, 그 경로는 훨씬 더 따뜻하고 끈질겨야 할 것이다.
3. 현장 사례로 보는 제도의 실효성
진호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괴롭힘이었다. 교실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장소가 되었고, 어느 날
그는 조용히 가방만 챙겨 나왔다. 며칠, 몇 주, 몇 달이 지나고 그는 자신의 존재를 점점 더 숨기게 되었다. 누구도 그의 빈자리를
묻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더 작아졌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 되어준다면, 그 아이는 언젠가 다시 걸어올 수 있을 것이다. 손 내밀지 않는
손길은 없다. 기다리는 건, 어쩌면 우리 어른들 쪽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우연히 연결된 상담사와의 만남은 전환점이 되었다. “당장 뭔가를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그 말에 진호는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는 지역 미디어센터에서 영상
편집을 배우고 있다. 그는 이제 '화면 밖'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천천히 익히는 중이다.
4. 전문가가 말하는 제도 개선 방향
한 청소년 복지 전문가는 인터뷰 도중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원 제도는 분명 이전보다 촘촘해졌어요. 예산도 늘고, 항목도
다양해졌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먼저 손을 내밀길 기다리는 방식으론 부족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찾아가는 연결’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방의 소도시나 외곽 지역에서는 꿈드림 센터에 대한 정보조차 접하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머무는 청소년이 여전히 많다. 특히 보호자의 무관심이나 편견이 심할 경우, 아이들은 제도 접근 자체를 ‘허락받지
못한 권리’처럼 여긴다.
“정보는 공공재가 아니라, 관계를 통해 도달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문을 두드릴지 모른다면, 우리가 먼저 문을 열고 그 앞에
서 있어야 합니다.”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행정 효율을 넘어선 ‘존재 방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학교를 떠난 직후 가정방문을 통한 심리지원, SNS와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한 디지털 홍보, 또래
멘토링 연계 프로그램처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방식이 병행돼야 합니다.” 단순한 상담을 넘어선 생활 밀착형 연결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5. 필자의 시선 – 손 내밀지 않는 손길은 없다
진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상담실 앞 벤치에 잠시 앉았다. 그날따라 유난히 하늘이 높고 맑았다. 문득 떠오른 건,
그의 첫 눈빛이었다. “한 번만 믿어볼게요.” 말은 없었지만, 그 눈빛이 내게 그렇게 속삭였던 것 같다.
제도는 충분히 존재한다. 그러나 제도는 감정이 없고, 방향을 먼저 잡지 않는다.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청소년을 향해 먼저 말 걸고, 먼저 기다리고, 먼저 안아주는 것. 우리는 그것을 ‘제도’라는 이름으로 대신할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 되어준다면, 그 아이는 언젠가 다시 걸어올 수 있을 것이다. 손 내밀지 않는 손길은 없다. 기다리는 건, 어쩌면 우리 어른들 쪽일지도 모른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거대한 정책이 아니라, 작고 꾸준한 신호다. 오늘, 당신의 손길
하나가 누군가에겐 인생의 첫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가까운 1388을 알려주는 것, 꿈드림 센터 링크를 공유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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