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말보다 표정으로 먼저 알려줬어요.”
많은 상담사들이 위기 청소년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청소년 자해와 극단 선택은 종종 조용하고 반복적인
감정 언어로 표현됩니다. 상담사들은 그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는 전문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현장에서 상담사가
가장 먼저 포착하는 위기의 언어, 정서적 징후, 그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접근법을 소개합니다.
부모와 교사, 친구가 놓쳤던 신호를 가장 먼저 읽어내는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아이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대놓고 “죽고 싶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지내요”, “괜찮아요” 같은 말을 반복하며
자신을 숨깁니다. 상담사는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정서적 불균형을 감지합니다. 무표정, 과도한 미소, 눈동자의 떨림,
손끝의 긴장, 목소리의 억눌림... 이러한 비언어적 표현은 위기를 암시하는 신호로 작용합니다.
2023년 대한정신건강의학회에 따르면, 위기 청소년의 68%는 자해나 극단 선택 이전에 상담 장면에서 감정 회피 또는
과잉 표현을 보였고, 그중 43%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 ‘행동’이나 ‘침묵’으로 드러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우리는 말보다 먼저 오는 ‘기류’를 배워야 합니다.
상담사가 먼저 알아채는 5가지 감정 신호
1. 감정 언어의 부족 혹은 과잉
자신의 상태를 "몰라요", "그냥 그래요"라고 반복하는 아이들은 감정 인식 자체가 차단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죽고 싶다", "지옥 같다" 등의 강렬한 표현을 빈번히 사용하는 경우, 감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2. 극단적인 이분법 사고
“나는 망했어요”, “다 끝났어요”처럼 흑백논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는 위기 상황에 스스로 빠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분법적 언어는 절망의 고착화를 보여줍니다.
3. 부정어 반복과 자기 무가치감 강조
“나는 안 돼요”, “쓸모없어요”, “제가 문제예요” 등의 표현은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감정 언어입니다.
특히 평소 밝았던 아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면, 내면에 무너지는 감정이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4. 정서 표현과 신체 감각의 괴리
“별일 없어요”라고 말하면서 손을 떨거나, 말을 하면서 눈물을 참는 경우, 혹은 시선이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경우는
감정과 신체가 따로 움직이는 상태로, 상담사는 이를 심각한 위험 신호로 해석합니다.
5. 상담 종료 직전의 ‘방어 해제’
상담실에서 자주 발견되는 패턴 중 하나는 상담 종료 직전에 갑자기 울거나, “사실은요...”라고 말하며 본심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이때 상담사는 오히려 가장 주의 깊게 아이를 바라봅니다. 감정이 터질 수 있는 마지막 문턱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언어에서 배우는 ‘감정 감지력’
전문가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위기를 감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말’보다 ‘느낌’을 먼저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상담사처럼 아이들의 표정, 말투, 행동에 감각을 열어둔다면 더 많은 위기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감정 언어는 연습으로 익힐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무심코 내뱉은 “힘들어요”라는 말을 그냥 넘기지 않고,
“어떤 게 힘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라고 되묻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 우리가 전문가에게 배워야 할 3가지 감정 감지법
- 1. 말보다 ‘표정과 분위기’ 먼저 읽기 – 침묵과 과잉 표현 모두 의미가 있습니다.
- 2. 반복되는 표현을 기억하기 –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마음의 고장이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 3. 마지막 순간을 놓치지 않기 – 대화의 끝, 문을 나서기 전 말 한마디가 본심일 수 있습니다.
감정의 언어는 들으려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힘을 얻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꺼내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청소년 자해·극단 선택 예방 시리즈
- 1편: 교사가 먼저 알아야 할 경고 신호들
- 2편: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할 경고 신호
- 3편: 친구가 보내는 조용한 구조 요청
- 4편: 전문가가 알려주는 감정 언어 (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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